2019 상영작

#개막작

어 퍼펙트 데이 A Perfect Day(2015)

  • 스페인, 106min
  •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 출연: 팀 로빈스, 베니치오 델 토로, 올가 쿠릴렌코

‘뒷감당’의 하루

아이들도 웃으면서 태어난다는, 요구르트와 유머감각으로 유명한 분쟁지역의 한 마을에서 공동우물이 차례로 오염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가 시체를 빠뜨려 우물을 고의로 오염시키고 있는 것. 스물 네 시간 안에 시체를 치우고 우물을 청소하지 않으면 마지막 남은 우물까지도 폐쇄해야 한다. 한편 미처 제거하지 못한 지뢰들로 마을 곳곳에는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었고 밖에서는 전쟁의 종식을 말하지만 마을 공동체는 여전히 소리 없이 전쟁중이다. UN 구호대로 이 곳에 와 있는 안전요원 B(팀 로빈스)와 현장 책임자 맘브루(베니치오 델 토로), 그리고 위생담당 소피(멜라니 티에리)는 시체를 묶어 건져낼 밧줄을 구하기 위해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땅을 밤새 배회한다. 늘 그렇듯이, 구원은 인간의 처지와 형편을 넘어선 뜻밖의 은총으로 찾아온다. [최은]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We Have a Pope (2011)

  • 이탈리아, 102min.
  • 감독: 난니 모레티
  • 출연: 미셸 피콜리, 에르지 스투르, 레나토 스카르파, 로베르토 노빌, 마리 게리타 부이

‘지연된’ 하루

“하베무스 파팜(새 교황이 선출되었다)!” 교황청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콘클라베’의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새로 선출된 교황 멜빌(미셸 피콜리)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우울증에 걸린 교황이라니! 멜빌의 이상행동으로 새 교황 발표와 수락 연설의 날은 기약 없이 지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멜빌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잠시 감행했던 외출에서 도망을 하고 만다. 교황청에서는 교황 멜빌을 ‘연기할’ 배우가 섭외되었고, 교황청을 탈출한 멜빌은 정신분석학자와 체홉 작품을 연기하는 배우들 등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티는 한때 배우가 꿈이었지만, 교황이라는 ‘배역’을 차마 떠안을 수 없었던 한 노인의 짧은 외출에 동행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교황의 우울증과 도주로 인해 발생한 소명의 ‘중지’와 공표 ‘지연’의 시간은 바티칸 안팎의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그렇다. [최은]


일주일 그리고 하루 Seven Days and a Day(2016)

  • 이스라엘, 98min.
  • 감독 아사프 플론스키 
  • 출연: 샤이 아비비, 이브게니야 도디나, 토머 카폰

‘애도의’ 하루

비키(이브게니아 도디나)와 에얄(샤이 아비비)은 이제 막 아들 로니의 장례를 치렀다. 유태인의 전통에 따라 시바(7일간의 애도기간)가 끝이 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첫 날, 남편 에얄은 위로를 하기 위해 찾아온 이웃의 부부를 박대하고 그들의 아들이자 로니의 친구인 줄러(토머 카폰)와 함께 일탈을 꾀한다. 반면, 교사인 비키는 서둘러 학교근무에 복귀하고 미루어두었던 치과 진료를 받는 등 일상을 회복하며 태연한 척 하느라 조바심이 난 모습이다. 마뜩찮은 핑계를 대며 아들의 장지에도 가지 않았던 에얄은 묫자리 계약 문제로 뒤늦게 찾아간 공원묘지에서 타인의 장례의식에 참석하게 된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자리로 들어오는 이 시간, 진짜 애도가 시작된다. [최은]


하루 Today (2014)

  • 이란, 87min. 
  • 감독: 레자 미르카리미
  • 출연: 파비스 파라스투이, 소헤일라 고레스타니(세디게),  샤브남 모그하다미(마드 부인)
  •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인고(내)의’ 하루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식사를 위해 택시를 잠깐 세운 유네스(파비스 파라스투이)는 불안한 표정의 임산부 세디게(소헤일라 고레스타니)를 태우게 된다. 횡설수설하던 그녀는 병원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병원 예약을 대신해 줄 지인도 전화를 받지 않자 유네스에게 보호자인 척 병원 접수를 부탁한다. 본인의 이익이 아닌, 타인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요즘, 편견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었을 때 뜻밖의 선물이 찾아온다. [박일아]


에브리 데이 Every Day (2018)

  • 미국, 97min. 
  • 감독: 마이클 수지
  • 출연: 앵거리 라이스, 저스티스 스미스, 오웬 티그, 제이콥 배털런, 루카스 제이드 주먼

‘한계를 뛰어넘는’ 하루

무심했던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즐거운 데이트를 했던 리아넌(앵거리 라이스)은 그제 그 데이트를 했던 사람도, 어제 새로 전학 온 친구도 파티에서 처음만나 춤을 췄던 상대도 모두 자신이라고 말하는 A를 만난다. 리아넌은 심지어 남자친구와 나눴던 비밀이야기부터 함께 먹었던 포춘 쿠키의 메시지까지 다 알고 있는 A를 믿어야 할지 고민하지만, 매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A의 눈빛을 구별하게 된다. 매일 아침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깨어나는 A를 통해 라이넌은 인종과 성별, 외모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박일아]


한국 단편섹션

20분 간의 짧은 하루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의외로 다이나믹 하고,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초유의 사건 사고들입니다. 그래서 보는 이에 따라 길고 고단한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지만 긴,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이 인상적인 3편의 단편작을 소개합니다. 

<캣 데이 애프터 눈>

  • 한국, 25min
  • 감독: 권성모
  • 출연: 임예은, 홍지석, 모시

‘을들의’ 하루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재택근무를 하던 여자는 에어컨 수리기사를 부른다. 일과 관련된 문자와 전화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여자 앞에 나타난 에어컨 수리기사의 행태는 무언가 꺼림칙하다. 이곳저곳 둘러보는 부산한 눈초리와 부담스러운 말투, 자잘한 실수부터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까지. 계속되는 마감독촉과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여자에게 이 모든 것은 좁은 방 한가득 들어찬 두려움이 된다. 누군가는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이미 사회적으로 축적된 작은 폭력과 혐오들로 인해 견딜 수 없는 그 끝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다. 그 폭발하는 순간의 처연함을 담은 한 여름의 소극. (장다나)

찔리는 이야기

‘타협 불가의’ 하루

  • 한국, 22min
  • 감독: 김매일
  • 출연: 배유람, 오동민

공사가 한창인 재개발 단지에 들어선 보험회사 직원 A는 짜증이 나 있다. 약속 시간을 착각해 팀장에게 한소리를 들은데다가, 터키아이스크림 장수마저 이래저래 A를 약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큰 소리로 옆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향해 화풀이하듯 아이스크림을 던지는 A. 그런데 오토바이가 아이스크림에 미끄러지게 되고 배달원 B는 공사장 쇠파이프에 배가 찔리게 된다. 

다 갚지 못한 학자금, 전세자금 대출, 극심한 취업난에 하루하루 허덕이는 청춘들의 이야기. 영화의 제목처럼 몸도 찔리고 마음도 찔리지만, 찔림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고 꾸역꾸역 넘겨버려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의 비극은 시종일관 스산함으로 남는다. (장다나)

2019년 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 관객상 수상

판문점 에어컨

  • 한국, 25min
  • 감독: 이태훈
  • 출연: 김철환, 김동혁, 민대식

‘가깝고도 먼 우리의’ 하루

고장 난 에어컨 수리요청으로 인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 회의실에 도착한 수리기사는 에어컨의 실외기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을 금치 못한다. 월북을 해서라도 에어컨을 고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에어컨 수리를 둘러싼 남과 북의 웃지 못할 해프닝. 하지만 해프닝을 너머 여전히 분단국가로써 갖는 묵직한 책무의 기운이 영화 도처에 존재한다. 평화를 논하는 지금, 이제는 서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위험이 존재하는 경계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때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평화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장다나)

2018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2019 제18회 미쟝센 영화제 상영


폐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God Exists, Her Name is Petrunya (2018)

  • 마케도니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벨기에, 101min. 
  • 감독: 테오나 스투르가르 미테브스카
  • 출연: 라비나 미체프스카

‘기적의’ 하루

서른 두 살 비혼에 ‘배운 여자’ 페트루냐(라비나 미체프스카)는 엉망진창인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날, ‘십자가 찾기’ 전통 행사가 열리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페트루냐는 이 축제에 뛰어들어 기어이 나무십자가를 손에 쥔다. 여성이 십자가를 잡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어서 페트루냐는 곧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고 급기야 경찰에 연행된다. 성난 군중은 마치 예수를 내놓으라고 외쳤던 유대인들처럼 유치장 밖에서 소동을 부리고, 십자가가 간절히 필요했던 페트루냐는 그날 밤 뜻밖의 기적을 만난다. 마케도니아 출신 테오나 스투르가르 미테브스카 감독 작품으로, 2019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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